넓은 모래사장을 걷던 윤슬이는 커다란 파도 소리에 흠칫 놀라 뒷걸음질을 쳤어요. "철썩- 쏴아아!" 우렁찬 소리에 양손으로 귀를 꼭 막고 두 눈을 질끈 감았지요. 머리 위로 하얀 갈매기 한 마리가 빙그르르 돌며 바다를 향해 곧장 날아갔어요.
파도가 닿지 않는 마른 모래 위에 쪼그려 앉아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았어요. 하얀 거품이 밀려왔다가 스르륵 사라지는 모습이 신기했지요. 귀를 막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리며 곰곰이 생각했어요. "안 무서운가?"
조심조심 젖은 짙은 색 모래를 밟는 순간, 갑자기 거센 물보라가 훅 밀려왔어요. "앗!" 윤슬이는 차가운 짠내에 깜짝 놀라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어요. 하지만 바닷물은 발끝에 닿기 직전 멈추더니 얌전하게 뒤로 물러났어요.
자리에서 일어난 윤슬이는 양말과 신발을 훌렁 벗어 던졌어요. 맨발로 한 걸음 다가서자, 얕은 물결이 찰랑대며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혔어요. "간지러워!" 윤슬이의 입가에 까르르 기분 좋은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쏴아아!" 다시 한번 커다란 물결이 발목까지 쑥 밀려왔어요. 윤슬이는 이제 뒤로 숨지 않고 무릎을 굽힌 채 두 손으로 바닷물을 찰싹찰싹 때렸어요.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시원한 물방울들이 양 뺨을 촉촉하게 적셨어요.
파도가 밀려오면 깡충 뛰고,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는 쪼르르 쫓아가며 모래 위에 예쁜 발자국을 남겼어요. "파도야, 나랑 또 놀자!" 윤슬이는 흠뻑 젖은 치맛자락을 훌쩍 펄럭이며 넓은 바다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