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덜컹. 자동차 뒷좌석이 가볍게 흔들립니다. 창밖으로는 똑같은 초록색 산과 나무들만 휙휙 지나갑니다. 윤슬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렸습니다. '아직 멀었어요?'
묻는 대신, 윤슬이는 파란색 크레파스를 꺼냈습니다. 무릎 위에 커다란 스케치북을 펼치고 벅벅 줄을 그었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커다란 파도가 철썩철썩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붓에 파란 물감을 듬뿍 묻혀 쓱싹쓱싹 칠했습니다. 종이 바다 위로 춤추는 고래와 조그만 물고기들이 하나둘 나타났습니다. 그림을 보며 윤슬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지이잉 소리와 함께 자동차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습니다.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짭조름하고 시원한 바람이 확 밀려 들어와 윤슬이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습니다.
자동차가 멈추고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윤슬이는 스케치북을 꼭 쥔 채 밖으로 폴짝 뛰어내렸습니다. 발밑에서 모래가 바스락바스락 기분 좋은 소리를 냈습니다.
고개를 번쩍 들자, 눈앞에 끝없이 넓은 파란색이 펼쳐졌습니다. 스케치북의 꼬마 바다와 진짜 바다를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진짜 바다는 훨씬, 훨씬 컸습니다.
바다는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쏴아아아, 철썩철썩 커다란 소리를 냈습니다. 찰랑거리는 물결 위로 햇빛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마치 수만 개의 유리구슬이 한꺼번에 반짝이는 것 같았습니다.
윤슬이는 입을 동그랗게 벌린 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우와아아!'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들고 있던 스케치북이 모래 위로 툭 떨어지는 것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윤슬이는 신고 있던 신발을 훌렁 벗어 던졌습니다. 그리고 맨발로 넓은 모래사장을 향해 다다다다 달려갔습니다. 파란 바다가 윤슬이를 크게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발가락 사이로 차가운 물이 훅 밀려 들어왔습니다. '차갑다, 하하하!' 윤슬이는 환하게 까르르 웃으며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첨벙 뛰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