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차가운 흙속에서 고구마는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갑자기 땅 위에서 들려오는 봄바람 소리에 눈을 떴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그를 깨웠다.
단단한 껍질을 두드려보며 밖을 향해 밀어 올렸다. 무거운 흙덩이가 그를 막아섰지만, 그는 숨을 죽이고 다시 한번 힘을 주었다.
흙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이제 길은 조금 더 열렸다. 고구마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표면까지 올라와 햇살을 처음으로 느껴본다. 따뜻한 빛이 그의 차가운 몸을 녹이며, 새로운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것을 깨닫는다.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나누기로 결심한다. 스스로를 가르고, 속알갱이들을 작은 씨앗들에게 건넨다. 따뜻함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씨앗들은 고구마의 따뜻함을 받아들이며, 하나둘씩 새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고구마는 점차 투명해지지만, 행복해 보인다.
봄날의 정원은 초록색 싹들로 가득 찼다. 고구마의 흔적은 흙으로 돌아갔다. 바람이 흔들리는 잎사귀 사이로 웃음소리가 들린다.
새로운 생명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온다. 고구마의 사랑은 이렇게 계속된다. 끝없는 순환 속에서 평화로운 낮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