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웨딩홀에 샹들리에가 빛나고 있었다. 꽃향기가 공기 전체에 퍼졌다. 현수는 꽃길이 끝에서 신부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나갔다.
현수는 반지함을 열었다. 안에 금색 반지가 빛났다. 신부는 미소 지으며 현수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꽃향기가 감돌았다.
갑자기 문턱에 한 여자가 섰다. 여자가 현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나와 현수 씨는 진짜 사귄 사이예요!" 신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꽃다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부는 꽃다발을 주워 들었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현수 쪽으로 걸어왔다. 신부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신부가 가까이 다가가 현수의 손을 잡았다. 꽃다발 가시가 현수의 손등을 베었다. 작은 핏방울이 생겼다. 신부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손을 꽉 쥐었다.
신부가 현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당신이 나를 배신했잖아요." 목소리는 차갑고 또렷했다. 현수가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신부는 손을 놓지 않았다.
현수가 신부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 고개를 약간 갸웃이며 말했다. "너도 날 배신했잖아." 신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신부가 웃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두 번째로, 세 번째로. 웃음이 점점 커지며 신부는 현수 쪽으로 다가왔다. 샹들리에가 또 한 번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