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눈을 감자, 귓가에서 기분 좋은 '바스락' 소리가 들렸어. 어둠이 물러간 빈자리에서 아주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불쑥 솟아올랐지. 나무는 숨을 쉬는 것처럼 부드럽게 흔들렸어.
거대한 나무 기둥에 알록달록한 다섯 개의 문이 달려 있었어. 그중 콧노래가 흘러나오는 조이월드의 문고리를 힘껏 잡아당겼지. 문이 활짝 열리며 눈부신 노란빛이 발끝으로 쏟아졌어.
"우와, 정말 재밌어!" 조이월드 안에서는 기쁨이가 펄쩍펄쩍 방방 뛰며 놀고 있었어. 지우는 두 팔을 크게 벌려 기쁨이를 아주 꽉 끌어안아 주었단다.
다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번에는 파란 비가 톡톡 떨어지고 있었어. 물통을 뒤집어쓴 것처럼 흠뻑 젖은 슬픔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훌쩍훌쩍 울고 있었지.
지우는 자기 겉옷을 얼른 벗어 슬픔이에게 덮어주고, 차가운 등을 가만히 안아주었어. 옷이 축축하게 젖었지만, 곧 귓가를 울리던 요란한 빗소리가 부드러운 자장가로 변했단다.
이번에는 매캐한 붉은 연기를 마구 뿜어내는 엥거월드였어. 그곳에서 분노이는 바닥을 쿵쿵 구르며 잔뜩 화를 내고 있었어. 콧김을 씩씩 뿜어대면서 말이야.
지우는 분노이의 꽉 쥔 두 손을 덥석 잡고 함께 하나, 둘, 셋! 펄쩍 하늘로 뛰어올랐어. 발이 바닥에 쿵 닿는 순간, 붉은 연기가 달콤한 솜사탕 향기로 펑! 하고 바뀌어 날아갔지.
솜사탕 향기가 흩어진 자리 곁에는 엔지월드의 문이 있었어. 그 안에서 덜덜 떨며 잔뜩 웅크린 불안이가 뾰족한 가시 넝쿨을 손에 쥐고 있었지. 지우는 '이제 괜찮아'라고 생각하며 등을 천천히 토닥여 주었어. 그러자 넝쿨이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졌어.
이제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연분홍색 샤이월드의 문만 남았단다. 문을 살그머니 열자, 부끄럼이가 커다란 초록 나뭇잎을 푹 뒤집어쓰고 달팽이처럼 빼꼼 고개만 내민 채 지우를 바라봤어.
지우가 조심조심 곁으로 다가가 나뭇잎째로 부끄럼이를 동그랗게 안아주었지. 그 순간, 다른 감정 친구들이 모두 우르르 몰려나와 지우의 손을 잡고 빙글빙글 춤을 추었어! 나무 전체가 찰랑거리며 반짝이는 무지갯빛 가루를 공중으로 흩뿌렸지.
두 눈을 번쩍 뜨자 뺨 위로 따뜻한 아침 햇살이 내려앉고 있었어. 지우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 한가운데 선 채로, 두 팔로 자기 어깨를 단단하게 감싸 안았어. 어젯밤 꿈속 친구들이 여전히 곁에 있는 것 같았지.
거울 속 자신과 눈이 마주친 지우가 장난스럽게 코를 찡긋거렸어. 창밖에서 불어온 기분 좋은 바람을 타고, 까르르 웃는 듯한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