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철썩철썩, 철썩철썩 노래해요. 강도윤도 커다란 비치볼을 안고 따끈따끈한 모래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녀요. 조그만 발자국들이 바닷가까지 쪼르르 따라와요.
저만치에서 한 여자아이가 모래성을 쌓았어요. 우아 — 진짜 높고 진짜 예쁜 모래성이에요! 창문은 조개껍데기, 꼭대기에는 조그만 미역 깃발이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껴요.
휘이잉! 바람이 공을 휙 채 갔어요! 공을 쫓아 달리는 강도윤, 점점 더 빨리, 점점 더 빨리. 눈에는 공만 — 오직 공만 — 다른 건 하나도 안 보여요!
와르르 쾅! 멈출 수가 없었어요! 강도윤의 발이 모래성을 밟아 버렸고, 탑들이 몽땅 무너졌어요. 푹, 푹, 푹. 조그만 미역 깃발도 모래 위에 납작 쓰러졌어요.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어요. 여자아이가 납작해진 모래성을 보고, 다시 강도윤 쪽을 봐요. 그 눈에 눈물이 천천히, 천천히 차올라요. 꼭 작은 바다 두 개처럼요.
강도윤의 얼굴이 화끈화끈, 배 속도 답답하게 조여요. 햇살마저 너무 눈부시게 느껴져요. 아, 어디로든 — 아무 데라도 좋으니 — 숨어 버리고 싶어요.
강도윤의 목구멍에 작디작은 말 한마디가 콕 걸려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하기 어려운 말이에요. 강도윤, 용감하게 숨을 깊이 들이마셔요. 하나…… 둘…… 셋……
"미안해. 너무 빨리 달리다가 네 모래성을 망가뜨렸어." 빨간 삽을 집어 든 강도윤. "우리 같이 다시 고칠래?" 여자아이가 눈을 깜빡깜빡 — 입가에 작은 미소가 살며시 배어 나와요.
작은 삽 두 개가 파고 다지고, 파고 다져요. 한 층 한 층, 새 모래성이 쑥쑥 높아져요! 분홍 양동이를 폭 뒤집으면 — 뿅! — 동글동글 예쁜 탑이 뚝딱 나와요.
새 모래성은 처음 것보다 더 크고, 깃발도 두 개나 꽂혀 있어요! 짝 — 하이파이브! "미안해" 하고 같이 고치는 게, 모른 척하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가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