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이는 무대 뒤에서 허공을 향해 큰 소리로 대사를 외워본다. 그의 손에 들려있는 낡은 책 한 권이 흔들린다. 민준이는 무대 조명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쉰다.
민준이는 무대 뒤 쪽으로 돌아서서 책장을 넘긴다. 낡은 책의 페이지가 바스락거린다. 그는 큰 소리로 한 줄을 외워본다. '나는…… 준비됐어.' 민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무대 위는 이상하게 빈자리로 가득 찼다. 민준이는props를 찾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네 바퀴를 돈다. 선생님이 큰 나무 십자가를 들어 민준이 앞으로 내민다. 민준이는 고개를숙인 채로 크고 무거운 십자가를 받아들고 무대로 돌아간다. 손끝이 딱딱한 나무결에 닿는다.
민준이는 무대 중앙에 서서 다리를 떨어뜨린다. 큰 나무 십자가가 그의 손에서 떨린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켜고 대사를 외치기 시작한다.
민준이는 큰 소리로 대사를 외치지만 목소리가 떨려서 들리지 않는다. 청중석에서 누군가가 '어? 민준이 형이다!'라고 외친다. 민준이는 고개를 들어 어둠 속을 응시한다. 그가 문득 생각했다. '여기 진짜 사람들이 있어.'
민준이는 어둠 속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린다. 그가 생각했다. '아, 사람들이 봐주고 있어.' 민준이는 어깨를 살짝 펴고, 십자가를 더 단단히 잡는다. 그는 또 한 번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민준이는 웃으며 십자가를 들어 올리고 큰 소리로 말한다. '나는 이제…… 겁내지 않아!' 청중석에서 '와!' 하고 탄성이 터져 나온다. 민준이는 무대 중앙에 서서 박수를 치는 청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발끝으로 원을 그린다.
민준이는 무대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본다. 박수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그는 눈을 감고 웃었다. 무대 조명이 그의 등을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