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이 낡은 그림책을 펼쳤다. 페이지 위에 이상한 빛이 피어 올랐다. '뭐지?'
서연의 손이 빛에 빨려 들어갔다. 깜빡, 눈을 뜨자 그녀는 푸른 이끼 위에서 구르며 일어섰다.
가지에서 빨간 사과 하나가 뚝, 떨어져 그녀의 발앞에 멈췄다. 새들이 속삭였다. '위험해! 위험해!'
서연이 사과를 발로 굴려 나무 뿌리 뒤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사과가 다시 그녀의 발앞에 나타났다.
서연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금빛 빛이 스며들었고, 땅이 쿵, 쿵 울렸다.
서연이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쿵, 쿵, 쿵.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서연이 숲 한가운데 서 있는 큰 거울을 발견했다. 거울 속에는 어두운 숲만이 비치고 있었다.
서연이 거울에 손을 대려 했다. 그때, 하얀 옷을 입은 남성이 나타나 물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서연이 고개를 저었다. 남성은 뒤로 물러났다. 서연이 거울을 향해 한 발짝 내딛었다.
서연이 손바닥을 거울에 대자, 따뜻한 물결이 퍼졌다. 거울 속 사과 한 개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네가 나를 피했으니, 이제 네가 주인공이야.' 거울이 갈라지며 빛이 쏟아져 나왔다.
서연이 성 안으로 들어서자, 벽의 초상화들이 모두 그녀를 돌아보았다. 문이 조용히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