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의 마지막 가지 사이로 솜이가 몸을 비집는다. 뾰족한 가시가 뽀득뽀득, 뽀득 뾰지기를 반복한다. 앞발 두 개로 돌바닥을 박차자 마른 소엽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튀어 오른다.
좁은 돌 골목을 솜이가 쭉, 쭉 달린다. 꼬리를 쫙 세운 채 이마를 찡긋한다. '혼자 가면 되지!' 골목 끝, 보리 냄새가 솔솔.
햇살 아래 넓은 들판이 눈부시다. 보릿대가 바람에 파도처럼, 파도처럼 물결친다. 옅은 초록빛이 끝없이 이어진다.
보리대 한가운데서 솜이가 고개를 왼편으로, 오른편으로 돌린다. 어디가 집인지 잡히지 않는다. 서걱서걱, 바람이 보리대를 흔들어 옅은 초록빛을 흐리게 만들자 무릎을 꿇고 등을 기댄다.
그 순간, 보리대 위에서 작은 깃털 하나가 툭, 떨어진다. 앞발 위로. 솜이가 코에 댈 참이다.
'야! 그건 내 몸에서 떨어진 거라고!' 보리대 사이에서 털이 보송한 작은 새 핑핑이 울상을 짓는다. 날개 아래 보글보글, 알 두 개가 옅은 분홍빛으로 도드라진다.
솜이는 깃털을 한쪽 앞발에 내려놓으며 '…반려도 되겠네' 하고 툴툴거린다. 핑핑가 톡, 하고 코를 발가락으로 건드린다. 솜이의 귀가 살짝 꺾인다.
해가 보리봉 사이로 가라앉자 들판이 칙칙하게 물든다. 풀섶 사이에서 지직지직, 벌레 소리가 밀려온다. 둘은 돌 마을 쪽으로 방향을 정해 뛰기 시작한다. 핑핑가 솜이 등 위로 내려앉아 속삭인다. '발소리만 들려주면 되지.'
돌길 끝에 낡은 등불 하나가 깜빡인다. 그 빛이 둘의 그림자를 마당까지 길게, 길게 늘인다. 솜이가 문을 엽어 넣고, 핑핑이 턱 아래 깃털을 문질러 정돈한다.
'내일 또 함께 갈래?' 보릿대 한 송이가 문고리에 묶여 걸려 있고, 마당 바닥에 보릿가루가 옅은 노란 자국을 남겼다. 둘은 나란히 창턱에 엉덩이를 다고, 이번에는 어디로 갈지 고개를 동시에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