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벽돌 담장 위로 쏟아진다. 마당은 한갈다. 벤치 위에 주스 팩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리코가 주먹을 휘두른다. 쭉—! 오렌지 주스가 주먹에서 뿜어져 벽돌 아래로 똑똑 떨어진다.
다리를 다시 짚는다. 쾅. 쾅. 쾅. 주스가 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린다. 느릿느릿 흐르는 오렌지 강물처럼.
아이 둘이 더 작아 보이는 아이를 바위로 밀어붙인다. 비스킷 상자가 바닥에 콩콩 떨어진다.
리코의 주먹이 허공에서 멈춘다. 그저 서 있을 뿐, 손가락은 여전히 꽉 쥐고 있다.
리코가 다리를 굳게 벌리고 두 주먹을 든다. "뒤로 물러나라!" 그가 말한다.
키 큰 아이가 웃으며 몸을 빼다가— 바위에 걸려 넘어진다. 쿵! 나머지 아이는 거침없이 도망친다.
리코가 작은 아이 곁에 쪼그려 앉는다. 상자에 남은 마지막 비스킷을 꺼내 건넨다.
"주먹 하나면 충분해." 리코가 말한다. 천천히, 단정하게, 작은 파도처럼 보여주며.
옥상 위, 바람이 셔츠 깃을 후다닥 흔든다. 마당 담장 아래, 오렌지 얼룩은 여전히 어딘가 웃는 얼굴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