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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칠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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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 소개

색칠할 용기

Guest 지음 · 목판화 · 3~5세 · 10페이지

뜨거운 인도가 신발 밑창을 데일 정도다. 아미라가 제자리에 딱 서서 미술 교실 문을 한참 바라본다. 정문에서 봤을 땐 이보다 가까워 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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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인도가 신발 밑창을 데일 정도다. 아미라가 제자리에 딱 서서 미술 교실 문을 한참 바라본다. 정문에서 봤을 땐 이보다 가까워 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손가락이 종이 상자 틈을 움켜쥔다. 쩅! 색연필 상자가 이음새를 따라 쪼개진다. 아미라는 상자가 먼지 위에 벌떡 열리도록 놓아둔다.

문. 신발. 또 문. 노란 매듭 스카프가 소매에 걸려 자꾸 잡아당긴다. 아미라가 한 발짝 내딛다 딱 멈춰 선다.

"여기 앉아." 노란 스카프 소녀가 아미라 손을 미술용 쪽으로 당긴다. 아미라 발끝이 따뜻한 풀밭에서 뾰족뾰족 말린다. 아미라가 그녀를 따른다.

소나무 가루가 테이블 위에서 작은 황금빛 소용돌이로 말려 있다. 방 안은 선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배어 있다. 아미라가 의자에 푹 주저앉아 초록 색연필을 힘껏 쥔다.

하나. 둘. 셋. 넷. 아미라가 흔들리는 웃음 얼굴을 페이지 가득 잔뜉 긋는다. 하나하나 비뚤비뚤한 원 안에 이를 빠뜨린 웃음이 번져 있다.

마지막 얼굴은 한쪽으로 기울고, 한쪽 눈이 다른 쪽보다 더 크다. 아미라가 킁킁 웃음을 터뜨린다. "저 애는 웃고 있어!" 소녀가 색연필 묻은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톡톡 튕긴다.

파랑. 초록. 주황. 아미라가 페이지 구석구석 색을 채워 간다. 아주 작은 구석에서, 마지막 웃음 얼굴이 엉성하게 그린 노란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아미라가 그 작은 스카프를 한참 바라본다. 그러더니 입을 벌리고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오며, 테이블 위의 색연필들이 덜덜 떨린다.

띵—띵—띵—. 아미라가 웃음 얼굴들 가득한 종이를 높이 들어 흔들며 인사한다. 찌그러진 상자가 한 팔 아래 물려 있다. 창 너머로 긴 인도길이 아직 정원을 돌아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