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이 창문을 세게 두들긴다. 작은 아이가 허둥지둥 할머니 무릎 위로 기어 올라온다. 할머니는 망사리 아래를 손질더니, 헤진 천 주머니를 꺼내신다. 부드럽고 마른 바스락 소리가 은근히 난다.
"오늘 밤에는, 한 농부가 모든 걸 다 나눠 준대" 하고 할머니는 주머니를 쫙 열어 보이며 말씀하신다. 차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둘 사이로 가느다랗게, 흔들리며 올라온다.
할머니는 목소리를 낮추고 느리게 말씀하신다. 그 농부는 목이 타는 염소에게 물을 떠 주고, 덜덜 떨리는 여행객을 위해 유일한 따뜻한 로티를 찢어 나눠 준다.
날개가 부러진 새를 헌 천 조각으로 싸 쥐여 준다. 낯선 셋. 빈 손 셋. 어둠 속으로 손을 흔들어 보내는 셋.
"그런데 그 사람한테는 뭘 받아요?" 아이가 재빠라기 물으며 할머니 망사리 끝자락을 잡아당긴다. 할머니는 천 주머니를 두 번, 또박또박 두드려 보이신다.
"폭풍이 밭을 통째로 휩쓸어 가요" 하고 할머니는 속삭이신다. 창문에 내리던 빗소리가 두드리기에서 으르렁거림으로 바뀐다.
그러자—염소가 발목을 똑 물고, 여행객의 손이 어깨에 턱 얹히고, 새가 처마에서 밧줄을 툭 떨어뜨려 준다. 셋 다 검은 물속에서 그의 곡식을 건져 낸다.
아이가 입을 벌려 크게 소리치다 보니 차가 컵 밖으로 와르르 넘친다. 아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머니를 올려다본다. 흔들리는 김이 여전히 둘 사이로 은은히 피어오른다.
할머니는 천 주머니를 두드려 닫으신다. 아이는 작은 손바닥을 김 서린 창문에 딱 붙인다. 숨결이 유리 위에 흔들리는 구름을 한 겹 그려 놓는다.
"하나 더요" 하고 작게 말한다. 밖에, 촉촉한 빗줄기 사이로 마을 등불이 살랑살랑 켜진다. 아이는 할머니 무릎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